박지수 넘은 홍유순 "신인왕·국가대표 목표…슛 보완할래요"

박지수 넘은 홍유순 "신인왕·국가대표 목표…슛 보완할래요"

신인 최초 4경기 연속 더블더블…"무조건 새 기록 생각했는데 아직 실감은 안 나"

300분 이상 출전 선수 중 야투율 전체 2위에도 "아직 많이 낮아…더 높일 거예요"

신한은행 신인 홍유순
신한은행 신인 홍유순

[촬영 설하은]

(용인=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여자농구 판을 뒤흔들고 있는 인천 신한은행의 '초특급 신인' 홍유순(19)은 신인왕과 국가대표 승선을 노려보겠다며 당차게 선언했다.

17일 경기도 용인 신한은행 연수원에서 연합뉴스와 만난 홍유순은 "신인왕을 받고 싶다. 국가대표팀에도 뽑혀 다른 팀의 잘하는 언니들과 좋은 플레이를 만들어보고 싶다"는 목표를 밝혔다.

올해 신인선수 드래프트에서 전체 1순위로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은 포워드 홍유순의 활약상은 말 그대로 눈이 부시다.

한국 농구의 상징과도 같은 박지수(갈라타사라이)의 기록을 갈아 치웠다.

홍유순은 지난 16일 아산 우리은행과의 원정 경기에서 WKBL(한국여자농구연맹) 신인으로는 역대 최초로 4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작성했다.

지난 5일 부천 하나은행전에서 14점 10리바운드, 9일 BNK전 13점 13리바운드, 14일 용인 삼성생명전 10점 12리바운드를 기록했던 홍유순은 우리은행을 상대로 12점 14리바운드 3어시스트로 맹활약했다.

종전 최다 기록은 2017년 박지수가 13점 11어시스트, 24점 10리바운드, 13점 10리바운드로 3경기 연속 더블더블을 작성한 것이었다.

홍유순
홍유순

[한국여자농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홍유순은 "연속 기록이 걸린 경기라는 걸 알고 있었다. 무조건 새 역사를 써보겠다는 의지로 경기에 임했다"며 박지수의 기록을 넘은 데 대해 "실감은 아직 나지 않는다"며 얼떨떨해했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자라 이제 막 한국 농구를 접한 재일교포 3세 홍유순은 사실 '한국 농구의 대들보' 박지수의 존재감과 그의 상징성에 대해 정확히 알지는 못한다.

홍유순은 박지수를 "한국의 대표적인 센터로 알고 있다"며 "전날 4경기 연속 더블더블 기록을 세운 뒤 언니들이 하이터치(손바닥을 마주치는 것)를 해주는 등 축하해줬다"고 말했다.

홍유순의 활약 덕에 신한은행은 시즌 초반 극도의 부진을 딛고 상승세로 전반기를 기분 좋게 마쳤다.

신한은행(5승 10패)은 개막 초반 11경기에서 2승 9패로 최하위에 그쳤으나 이후 4경기에서는 3승을 쓸어 담으며 5위로 올라섰다.

홍유순은 "좋은 분위기에서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이해 다행"이라며 "팀 내에서 플레이오프를 노려볼 수 있겠다는 얘기는 나오고 있다"고 선수단 분위기를 전했다.

신인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은 홍유순
신인선수 드래프트 전체 1순위로 신한은행 유니폼을 입은 홍유순

[한국여자농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홍유순은 중학교까지는 재일 민족학교 조선학교에 다니다가 농구를 전문적으로 하기 위해 고등학교부터는 일반 학교로 옮겼고, 3대 3 전문 선수로 활약했다.

지난해 국제농구연맹(FIBA) 3대 3 아시아컵 때 우리나라 대표팀 훈련 파트너로 활동했고, 올해 아시아쿼터 드래프트에는 트라이아웃 특별 멤버로 참가하는 등 한국 농구와 꾸준히 인연을 맺어왔다.

홍유순은 "일본에서 3대 3을 할 때 나는 소극적인 선수였고, 그다지 눈에 띄는 활약을 하지 못했다"며 "WKBL에서는 내 빠른 스피드를 활용한 속공이 잘 통하는 것 같다. 팀으로 달리는 부분들이 잘 맞는 것 같다"고 했다.

시즌 초반엔 너무 긴장한 나머지 코트에 서도 어쩔 줄을 몰랐다고 한다. 그 탓에 출전 시간도 들쭉날쭉했다.

홍유순은 본격적으로 폭발력을 뽐내게 된 계기에 대해 "중간에 부상자가 생기고 내 출전 기회가 늘어나면서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이젠 팀에서의 내 역할을 확실히 인지하고 있기 때문에 더 좋은 플레이를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붙었다"고 설명했다.

홍유순
홍유순

[촬영 설하은]

신인왕과 국가대표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 홍유순은 슛 능력과 일대 일 능력을 더 키워야 한다고 말했다.

홍유순의 올 시즌 필드골 성공률은 52.9%다. 2점슛은 64번 시도해 36번 림을 갈랐고(56.3%), 외곽포는 4개를 던졌으나 모두 림을 외면했다.

홍유순의 야투 성공률은 올 시즌 300분 넘게 코트를 누빈 선수 중 이해란(58.7%·삼성생명)에 이어 전체 2위 기록이다.

WKBL 대표 선수들인 양인영(50.4%), 진안(48.6%·이상 하나은행), 배혜윤(46.5%·삼성생명)보다 높은 슛 성공률이다.

신인인데도 자신의 슛 성공률이 WKBL 최상위권이라는 사실에 고개를 갸웃하며 전혀 만족하지 못한다는 표정을 지은 홍유순은 "3점슛도 그렇고, 골 밑에서도 불안정한 게 있다"며 "아직 슛 성공률이 많이 낮다고 생각해서 좀 더 높이는 게 목표"라고 힘줘 말했다.

홍유순
홍유순

[한국여자농구연맹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언어 장벽이 없는 센터 타니무라 리카와 찰떡 호흡도 자랑했다.

홍유순은 "타니무라와 경기장 안팎에서 얘기를 정말 많이 한다"며 "타니무라가 패스 등과 관련해서 세세한 부분까지 알려주기도 하고, 내가 먼저 질문할 때도 있다. 이럴 때는 이렇게, 저럴 때는 저렇게 하면 된다는 등 다양하게 조언해준다"며 고마움을 드러냈다.

홍유순과 타니무라가 골 밑과 페인트존을 휘저으면 이경은, 신지현, 신이슬 등 가드진이 외곽포를 쏘아 올리며 조화로운 공격을 선보인다.

홍유순은 "이시준 감독 대행이 만들어준 부분도 있고, 그때그때 선수들끼리 소통해서 만들어가는 부분도 있다"고 전했다.

신한은행은 건강 문제로 지휘봉을 내려놓고 시급한 수술을 받은 구나단 감독을 대신해 이시준 대행이 팀을 이끌고 있다.

홍유순은 개인의 장점을 잘 끌어내는 이 감독 대행이 자신에겐 리바운드와 수비를 강조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공격에서는 내 수비자가 볼 핸들러에게 도움 수비를 못 가도록 계속 스크린을 걸거나 많은 움직임을 가져가라는 주문도 하신다"고 덧붙였다.

일본에 계신 부모님도 연일 계속되는 홍유순의 활약상을 지켜보고 있다.

홍유순은 "부모님은 늘 감사한 마음을 가져라. 최근 활약이 좋다고 우쭐하지 말고, 여태까지 한 것처럼만 잘한다면 좋을 것 같다고 응원해주셨다"고 싱긋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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