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PGA는 장유빈 천하…개인 타이틀 싹쓸이 후 "내년엔 미국에서" 11.10 17:00
(서귀포=연합뉴스) 권훈 기자 = 장유빈이 올해 한국프로골프(KPGA) 투어를 평정했다.
장유빈은 10일 제주도 서귀포시 사이프러스 골프&리조트 동·남 코스(파71)에서 열린 KPGA 투어 시즌 최종전 KPGA 투어 챔피언십에서 공동 2위에 올랐다.
우승은 놓쳤지만, 상금 8천800만원을 보탠 장유빈은 상금왕(11억2천904만원)에 올랐다.
KPGA 투어 사상 처음으로 시즌 상금 10억원을 돌파했던 장유빈은 KPGA 투어 시즌 최다 상금 기록까지 세웠다.
이미 지난 3일 제네시스 대상 수상을 확정 지은 장유빈은 최고 선수의 징표로 여기는 대상과 상금왕을 한꺼번에 손에 넣었다.
장유빈은 또 시즌 평균타수 1위(69.4타)에도 올라 덕춘상도 받게 됐다.
다승왕도 장유빈 몫이다. 2승을 올린 장유빈은 김민규와 함께 공동 다승왕이 됐다.
제네시스 대상, 상금왕, 덕춘상, 다승왕 등 주요 개인 타이틀 4관왕은 2009년 배상문 이후 15년 만이다.
1997년 최경주, 1999년 강욱순, 2007년 김경태 등 앞서 4명이 주요 개인 타이틀 4관왕에 오른 바 있다.
장유빈은 오는 15일 열리는 KPGA 제네시스 대상 시상식 때 적어도 5번은 시상대에 오를 예정이다.
KPGA는 다승왕은 시상하지 않지만, 장타 1위, 톱10 입상 1위 선수에게 따로 상을 주기 때문이다.
장유빈은 사실상 KPGA가 시상하는 주요 상 가운데 신인왕 빼고는 다 받는 셈이다.
지난해 프로로 전향해 KPGA 투어에 4차례 출전했던 전력 때문에 장유빈은 올해는 신인 자격을 인정받지 못했다. KPGA 투어는 3개 대회 이상 출전한 회원은 이듬해 신인 자격을 인정하지 않는다.
국가대표로 지난해 항저우 아시안게임 단체전 금메달을 딴 장유빈은 프로 데뷔 전부터 한국 남자 골프의 최우량주로 꼽혔다.
대한골프협회장배 아마추어골프선수권, 송암배 등 굵직한 아마추어 대회에서 우승하면서 두각을 나타냈던 장유빈은 지난해 3월 KPGA 2부 투어인 스릭슨투어 개막전에서 정상에 오르더니 8월 KPGA 투어 군산CC 오픈에서 우승해 아마추어 신분으로 프로 대회에서 2번 우승하는 진기록을 세웠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서도 단체전 금메달을 따는 데 한 몫한 장유빈은 아시안게임을 마친 뒤 곧바로 KPGA 투어에 뛰어들었고 제네시스 챔피언십 공동 8위로 선배들을 긴장시켰다.
본격적으로 KPGA 투어에서 뛰기 시작한 올해 장유빈은 출전한 대회에서 대부분 우승 경쟁을 펼쳤다.
우승은 7월 군산CC 오픈에서 처음 나왔지만, 개막전부터 11차례 대회에서 준우승 3번, 3위 한 번, 4위 두 번, 그리고 6위 한번 등 7번이나 톱10에 진입했다.
군산CC 오픈 우승 직전에 비즈플레이·원더클럽 오픈 최종일 5타차를 따라잡은 허인회에게 역전 우승을 내주고 펑펑 눈물을 쏟는 아픔도 겪었지만, 성장통에 불과했다.
그는 10월 현대해상 최경주 인비테이셔널에서 준우승하고 바로 다음 대회인 백송 홀딩스 아시아드CC 부산오픈에서 시즌 두 번째 우승을 차지하면서 개인 타이틀 석권의 기틀을 마련했다.
장유빈은 백송 홀딩스 아시아드CC 부산오픈 우승 이후 3차례 대회에서 다소 주춤했지만, 워낙 포인트에서 격차를 크게 벌려놓은 덕분에 지난 3일 동아회원권 그룹 오픈을 공동 25위로 마치면서 제네시스 대상을 확정했다.
김민규에게 상금왕을 내줄 여지는 남긴 채 이번 시즌 최종전을 맞았지만, 장유빈은 우승 경쟁 끝에 시즌 네 번째 준우승으로 개인 타이틀을 석권하고 화려한 마침표를 찍었다.
장유빈이 특히 더 주목받는 건 지금까지 KPGA 투어에는 없었던 압도적 장타력을 앞세운 전관왕이라는 사실이다.
KPGA 투어에서 장타왕이 상금왕이나 대상을 받은 것은 장타왕을 시상하기 시작한 2006년 이후 처음이다.
이번 시즌 평균 드라이버샷 비거리가 311.35야드에 이르는 장유빈은 그린 적중률 6위(75.43%)가 말해주듯 샷 정확도에서도 최정상급이다.
그는 그린 주변에서 까다로운 로브샷을 서슴없이 구사할 만큼 쇼트게임도 뛰어난 편이다.
짧은 퍼트에서 종종 실수가 나오지만, 장유빈은 정규 타수 만에 그린에 올랐을 때 평균 퍼트 6위(1.755개)에 오를 만큼 퍼트 실력도 빼어나다.
장유빈은 홀당 버디 4.44개를 잡아내 KPGA 투어에서 가장 많은 버디를 잡아내는 선수이기도 하다.
지금까지 등장한 KPGA 투어 선수 가운데 가장 멀리, 그리고 똑바로 치면서 그린 플레이까지 능한 장유빈의 시선은 이제 KPGA 투어를 넘어 미국 무대를 바라보고 있다.
그는 제네시스 대상 수상으로 오는 12월 열리는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퀄리파잉스쿨 최종전 출전 자격을 얻었다.
PGA 투어 퀄리파잉스쿨에서 5위 이내에 들면 내년 PGA 투어에서 뛸 수 있다.
5위 밖으로 밀려도 순위에 따라 콘페리투어에서 활동할 수 있다.
퀄리파잉스쿨에서 낙방해도 장유빈에게는 PGA 투어 진출의 길을 여전히 열려 있다.
DP월드투어 1년 출전권을 받은 데다 내년 PGA 투어 제네시스 스코틀랜드오픈 출전 자격도 따냈기 때문이다.
하지만 장유빈은 "낙방을 생각해본 적이 없다. 낙방했을 때를 대비한 플랜B도 없다"면서 "내년에는 미국에서 뛰는 모습을 보게 될 것"이라고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장유빈은 "이번 시즌은 사실상 내게 루키 시즌이었지만 이렇게 좋은 성적을 내고 대상까지 받아 기쁘다"면서 "대상 하나만 보고 왔는데 목표를 이뤄서 자신을 칭찬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이날 앞서가다 15번 홀(파4)에서 페널티 구역에 떨어진 볼을 무리하게 쳐내려다 더블보기를 한 데 대해 "후회하지 않는다. 어려운 상황에서 볼을 쳐내는 것도 해봐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올해 가장 마음 아팠던 비즈플레이·원더클럽 오픈 최종일 역전패도 내게 가장 큰 가르침을 줬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