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전설' 정대영, 마지막 서브는 딸에게…"행복하게 살자"

'배구전설' 정대영, 마지막 서브는 딸에게…"행복하게 살자"

GS칼텍스-도로공사 경기 앞서 25년 실업·프로 선수 마무리하고 은퇴식

"딸과 함께 선수 생활 못 해 아쉽지만 지도자로 제2의 인생 살 것"

은퇴한 정대영(오른쪽)과 딸 김보민 양
은퇴한 정대영(오른쪽)과 딸 김보민 양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프로배구 레전드 정대영(오른쪽)이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프로배구 여자부 V리그 GS칼텍스-한국도로공사전을 앞두고 은퇴식 행사를 마친 뒤 딸 김보민 양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김보민 양은 제천여중 배구부에서 공격수로 활약 중이다. 2024.11.10. [email protected]

(서울=연합뉴스) 김경윤 기자 = "엄마. 지금까지 수고했어요. 이제 엄마를 따라서 열심히 배구할게요."

한국 배구의 살아있는 전설 정대영(43)은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프로배구 여자부 V리그 GS칼텍스-한국도로공사전을 앞두고 배구 유망주인 딸 김보민(14·제천여중 2학년) 양과 코트 위에 섰다.

정대영이 딸과 함께 관중 앞에 선 건 이번이 처음이었다.

김보민 양은 마이크를 들고 코트를 떠나는 엄마에게 감동 어린 인사를 건넸고, 정대영은 김보민 양을 꼭 껴안았다.

이후 정대영은 네트 뒤로 이동해 배구공을 날려 시구했다.

반대편에 있던 김보민 양은 두 손으로 리시브했고, 경기장을 가득 메운 관중들은 격려의 박수를 보냈다.

정대영은 딸과 함께한 은퇴식에서 공식으로 선수 생활에 마침표를 찍었다.

1999년 실업팀 현대건설에서 성인 무대에 첫발을 내디뎠던 정대영은 무려 25년 동안 실업과 프로 선수로 활약했다.

많은 부상을 이겨내고 선수 생활을 이어갈 수 있었던 건 딸과 함께 코트에 서고 싶다는 목표 때문이었다.

그러나 정대영은 세월의 흐름 속에 뜻을 이루지 못하고 지난 4월 은퇴를 선언했다.

꿈은 이뤄지지 않았지만, 정대영은 은퇴식에서 딸에게 서브를 넣으며 감동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후배들의 박수 받으며
후배들의 박수 받으며

프로배구 레전드 정대영(앞)이 10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린 2024-2025 프로배구 여자부 V리그 GS칼텍스-한국도로공사전을 앞두고 은퇴식 행사를 마친 뒤 딸 김보민 양에게 서브 시구를 넣기 위해 준비하고 있다. [한국배구연맹 제공. 재배포 및 DB 금지]

은퇴식을 마치고 취재진과 만난 정대영은 "은퇴하면서 보민이와 함께 선수 생활을 못 하게 됐다는 점이 가장 아쉬웠는데, GS칼텍스에서 좋은 이벤트를 만들어주셨다"며 "코트 반대편에서 딸아이에게 공을 넘기는 데 기분이 묘하더라"라고 말했다.

그는 "그동안 많은 사랑을 받아 선수 생활에 후회와 미련은 남지 않는다"며 "앞으로 지도자로서 제2의 인생을 살겠다"고 밝혔다.

정대영은 2007년 GS칼텍스로 이적해 팀의 간판선수로 맹활약하며 두 차례 우승을 이끌었다.

2014년엔 한국도로공사로 옮겨 다시 두 개의 우승 반지를 수집했고, 2023-2024시즌 GS칼텍스로 복귀해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정대영과 함께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보민 양은 "엄마는 내 롤모델"이라며 "엄마를 보며 많은 것을 배웠고, 엄마처럼 오래오래 선수 생활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어 "여태까지 수고 많았고 앞으로 잘살아 보자"라며 어머니를 응원했다.

정대영은 "그동안 (선수 생활을 하느라) 함께 지낸 시간이 적은데, 앞으론 행복하게 잘 살자"라고 화답한 뒤 "보민이가 엄마처럼 좋은 선수가 됐으면 좋겠다"고 화답했다.

정대영은 향후 활동에 관해 "지도자 공부를 하고 있다"며 "유소년 위주로 지도자 생활을 할 것 같은데, 프로팀에서 제의가 오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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