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자연맹 '포기' 선언에 붕 뜬 WK리그…대한축구협회가 나설까 11.18 18:00
여자축구 발전 꾀하는 협회엔 기회일 수도…문제는 어수선한 시기
(서울=연합뉴스) 이의진 기자 = 한국여자축구연맹이 운영을 포기한 여자 실업축구 WK리그를 상위 기관인 대한축구협회가 이어받아 키울지 주목된다.
18일 연합뉴스 취재를 종합하면 축구계에서는 WK리그가 하나뿐인 우리나라의 최상위 여자 리그인 만큼 대한축구협회가 쉽게 외면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8개 팀이 자체적으로 운영 법인을 꾸리는 안은 관계자들이 비현실적이라고 보는 만큼 '협회 인수안'이 유력한 대안으로 점쳐진다.
WK리그의 한 구단 관계자는 "연맹이 해온 정도로 운영한다면 협회의 부서 하나가 충분히 맡을 수 있는 수준"이라며 "구단들끼리 자체적으로 운영하기도 어렵다"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들 실업팀이라 구단 운영에 쓰이는 인력도 부족한 데다, 당장 존립이 위태로운 곳도 있어 '자체 운영안'은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리그뿐 아니라 유소녀 행정까지 동시에 맡아온 여자축구연맹의 사무국 인원은 4명으로, 협회 한 팀 규모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앞서 여자축구연맹을 이끄는 오규상 회장은 지난 15일 연합뉴스와 인터뷰에서 다음 시즌부터 WK리그 운영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다.
앞으로 WK리그를 어떻게 운영할지는 8개 구단이 자체 법인을 세우든, 협회가 나서든 축구계가 머리를 맞대서 풀어야 할 과제라는 게 연맹의 공식적인 입장이다.
(수원=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5일 경기도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열린 WK리그 2024 챔피언결정전 1차전 수원FC 위민과 화천 KSPO의 경기. 골을 넣은 수원FC 강채림이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2024.11.5 [email protected]
최근 협회로부터 5선 도전을 승인받은 오 회장은 협회 측과 충분한 논의 끝에 내린 결론은 아니라고 밝혔다.
이런 연맹의 '일방 통보'에 협회도 당황스러운 기색이다.
하지만 협회에는 WK리그 운영이 그간 학계 등에서 일관되게 여자축구 저발전의 주요 원인으로 꼽혀온 '이중 행정'을 완화할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연맹(유소녀·실업팀)-협회(대표팀·생활체육)의 구도에서 WK리그가 협회로 이동하면, 장기적으로 대표팀과 시너지 효과나 홍보·마케팅 등 상업적 측면의 개선을 기대해볼 법하다.
협회의 사업 확대는 정몽규 회장의 3선 당시 취임 일성과도 맥이 닿는다.
2021년 정 회장은 "여자축구는 전 세계 축구계의 화두"라며 "여성의 축구 참여 확대가 축구 산업 다변화, 등록인구 증가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겠다"고 했다.
문제는 시기다. 지금은 협회가 안팎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어서다.
문화체육관광부 특정 감사로 문제가 드러난 협회의 주요 보직자들이 징계 대상이 될 수 있다.
게다가 문체부가 정몽규 회장에 대한 중징계 요구를 관철하려고 보조금 지원 제한 등을 언급하면서 추가적인 사업을 꾀하기도 어려운 환경이 됐다.
회장 선거가 두 달 앞으로 다가오면서 협회도 WK리그 인수처럼 장기적 연속성이 필요한 사업을 시작하는 게 부담스럽다.
지도부가 교체되면 추진하던 정책의 방향이 뒤집힐 수 있다.
(서울=연합뉴스) 김인철 기자 = 14일 오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2023 여자축구 WK리그 시상식에서 오규상 한국여자축구연맹 회장이 환영사를 하고 있다. 2023.12.14 [email protected]
WK리그 인수 시 어느 부서에서 어느 정도 인력을 투입해 어떤 방식으로 운영할지를 정하는 것도 조직 내부 역학 관계를 고려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다.
협회로서는 행정적인 불안정성이 큰 시기에 조직 규모를 불리고 개편하는 조처를 꺼릴 수 있다.
하지만 지금까지 연맹이 WK리그 등 주요 사업의 대략적인 계획안을 연초에 확정해 발표한 만큼, 새 시즌에 차질을 빚지 않으려면 발 빠른 결단이 필요하다.
아직 협회는 언론 인터뷰로 확인한 내용을 제외하고 연맹으로부터 '기관 대 기관'으로 구체적 설명·방침을 듣지 못했다는 입장이다.
WK리그 인수인계 여부를 놓고 양 기관 사이 소통이 긴밀히 이뤄져야 하는 건 여기에 여자축구 최상위 리그의 존속과 부흥이 걸려 있어서다.
전업 선수들이 뛰지만, 프로가 아닌 실업 리그로 분류되는 WK리그는 연맹이 관장해온 기간 자체 수입원을 창출하지 못했고, 관중 동원력도 떨어졌다.
원년인 2009년부터 협회가 산하 기관인 연맹에 운영을 맡긴 WK리그와 달리 잉글랜드 여자 슈퍼리그(WSL)는 처음부터 잉글랜드축구협회(FA)가 직접 책임지고 키워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2022-2023시즌 FA 재무 보고서를 보면 2023년 FA는 예산 1억5천300만파운드(약 2천752억원) 가운데 20%가량인 3천만파운드(539억원)를 여자축구에 배정했다.
(이천=연합뉴스) 홍기원 기자 = 5일 경기도 이천종합운동장에서 열린 여자 축구 국가대표팀 평가전 대한민국과 필리핀의 경기.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이 선수들을 격려한 후 들어가고 있다. 2024.4.5 [email protect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