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바꾼 피겨 임해나 짝꿍 "권예로 불리다니! 정말 행복해요" 01.06 08:00
중국계 캐나다인서 특별 귀화 통과…'취안예'에서 한글 이름 '권예'로 새 출발
(의정부=연합뉴스) 설하은 기자 = "정말 행복해요. 임해나와 '권예'로 소개되니까요. 오∼ 한국 사람이다! 너무 행복해요."
피겨스케이팅 아이스댄스 임해나의 짝꿍 취안예가 한국인 스케이터 '권예'로 공식적인 첫 발걸음을 내디딘 뒤 연신 "행복하다"며 감격했다.
임해나-권예 조(경기일반)는 5일 경기도 의정부빙상장에서 열린 KB금융 코리아 피겨스케이팅 챔피언십 2025 전국남녀 종합선수권대회 겸 국가대표 2차 선발전 아이스댄스에 단독 출전해 총점 175.00점을 받았다.
이번 대회는 권예가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처음 참가한 대회였다.
중국계 캐나다인으로 임해나와 호흡을 맞춰온 권예는 지난해 12월 6일 법무부 수원출입국·외국인청에서 열린 국적증서 수여식을 통해 특별 귀화 절차를 마쳤다.
한국인이 된 지 한 달 만에 참가한 국가대표 2차 선발전에서 그는 '취안예'라는 기존 이름 대신 '권예'로 은반 위에 섰다.
영문 이름은 'Quan Ye'로, 한글 표기와 발음상 편의를 위해 한국에서는 권예로 새 삶을 살아가기로 했다.
이날 아이스댄스 경기에서 이들이 입장할 때 장내 방송은 "임해나, 권예"라고 소개했다.
항상 취안예로 은반에 서던 권예는 자기의 한국 이름이 소개됐을 때 "행복했다"며 벅찬 마음을 전했다.
이날 대한빙상경기연맹에서 받은 대회 1위 상장에도 권예라는 한글 이름이 쓰였다.
1차, 2차 선발전을 통해 2024-2025시즌 국가대표 자격도 획득한 임해나와 권예는 내달 서울 목동빙상장에서 열리는 2025 국제빙상연맹(ISU) 사대륙선수권대회에 도전장을 내민다.
안방에서 열리는 주요 국제 대회엔 처음 나선다.
임해나는 "둘 다 한국 사람으로서 한국에서 열리는 국제 대회에 출전하는 게 정말 기대된다"며 미소 지었다.
이날 경기 전 연합뉴스와 만난 권예는 한국어로 "안녕하세요. 반갑습니다"라고 먼저 인사하며 환하게 웃었다.
매일 임해나와 한국어를 연습하고 있다는 권예는 쉬운 단어는 알아듣지만, 아직 어렵고 복잡한 한국어를 이해하기는 힘들다고 한다.
권예는 국적증서 수여식에 앞서 엄청나게 긴장했다고 했다.
꼭 한국 국적을 취득하고 싶은 마음에 애국가는 4절까지 모두 외워갔다.
다른 사람들이 20∼30분 동안 인터뷰 심사를 한 데 반해 권예는 거의 한 시간 가까이 면접을 본 것도 손에 땀을 쥐게 했다.
특히 한국어 질문을 이해하는 것과 역사·문화 시험이 어려웠다며 혀를 내둘렀다.
권예는 파트너 임해나의 도움으로 관문을 모두 통과하고 한국 국적을 따냈다.
권예와 임해나는 레슨이 없는 날 훈련 때는 쉬는 시간마다 한국어 쓰기, 듣기, 말하기 연습을 했다.
권예를 정말 열심히 도왔다는 임해나는 "권예가 특별 귀화하면서 우리가 2026 밀라노·코르티나담페초 동계올림픽에 도전할 수 있게 됐다"며 활짝 웃었다.
임해나와 권예는 지난해 12월 국가대표 1차 선발전을 마친 직후 리듬댄스 프로그램을 확 바꿨다.
시니어 무대에서는 좀 더 꽉 찬 구성으로 승부를 걸어야 한다는 필요성을 실감했기 때문이다.
새 프로그램을 익힌 지 한 달 만에 대회에 출전해 연기를 점검한 임해나-권예 조는 안무와 음악성, 표현력을 가다듬은 뒤 2월 말 ISU 사대륙선수권대회, 3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자신의 최고 기록을 세우는 게 목표다.
특히 세계선수권에서는 톱10에 들어 올림픽 출전 쿼터도 따겠다고 선언했다.
권예는 "올림픽은 첫 출전인 만큼 마음껏 즐기고 싶고, 결과에 신경 쓰기보다는 우리의 강점을 아낌없이 뽐내고 싶다"고 말했다.
(의정부=연합뉴스) 임병식 기자 = 7일 의정부실내빙상장에서 열린 제78회 전국남녀 피겨스케이팅 종합선수권대회 시니어 아이스댄스에서 임해나-취안예 조가 연기를 펼치고 있다. 2024.1.7 [email protected]
임해나-권예 조는 주니어 시절이던 2022-2023시즌 ISU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과 세계선수권에서 은메달을 차지하며 기대를 한껏 받았다.
시니어 무대에 나선 2023-2024시즌, 2024-2025시즌엔 주요 대회 시상대에 오르지 못했다.
임해나는 "주니어 때는 강렬한 연기를 펼치면 1등할 수 있었다. 그런데 시니어 대회에서는 디테일과 표정 연기도 중요하다. 그래서 더 힘든 것 같다"며 "기술적인 면에서 올 시즌 레벨 1, 2를 받은 부분이 많았는데, 레벨 3, 4를 받는 게 목표"라고 다짐했다.
권예 역시 "시니어에서는 경쟁팀들이 고난도 기술을 많이 한다. 우리도 리프트, 스텝 시퀀스의 퀄리티를 높여야 한다"고 의지를 다졌다.